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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과거가 바뀌면 미래도 바뀐다, 드라마 시그널을 보고.

by Bookbybooks 2022.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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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사람들에 입에 오르내리는 핫한 콘텐츠들을 다소 늦게 보는 편이다. TV와 SNS에 온통 그 이야기뿐일 때 그 흐름에서 빠져있는 게 불안할 때도 있지만, 흐름에 올라타서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기보단 조금 시간을 두고 묵혀두었다가 나중에 이를 즐기는 편이 더 낫겠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그렇게 최근에 만난 몇 개의 예전 콘텐츠들을 보면서, 예전보다 훨씬 풍성하고 즐거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 나 스스로 콘텐츠를 받아들일 여유와 이를 소화할 힘이 생겨서가 아닐까 싶었다.

 

시그널을 보다.

 김혜수, 조진웅, 이제훈 주연의 [시그널]을 최근에 정주행했다. 넷플릭스에 K-좀비 시리즈로 전 세계의 인정을 받은 김은희 작가의 작품으로 과거와 현재의 강력계 형사들이 구식 무전기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며 미제 사건을 하나둘씩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6년에 방영된 총 16부작의 이 드라마는, 6년이 지난 이 시점에 만나도 전혀 어색하거나 서툰 느낌이 없이 유려한 재미를 안겨준다. 덕분에 내 일주일간의 출퇴근 시간과 수면 시간의 일부가 시그널 시청에 온전히 쓰였음을 고백한다.

 

과거에 누군가와 이야기할 수 있다면.

 드라마가 한참 유행할 당시,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여타 예능 프로에서는 시그널의 패러디 영상이 넘쳐났다. 내용을 잘 모르던 나도 너무 자주 등장하던 무전기든 그 모습에 '아, 이 드라마가 대강 이런 내용이겠구나...'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드라마에선 박 형사가 과거에서 온 이 형사의 무전을 받으며 사건이 전개되는데, 드라마를 보는 내내 혹 내게 저 무전기가 있다면 나는 그 무전기에 대고 무슨 이야기를 할까를 생각해보곤 했다. 물론 극 중처럼 여러 조건이 만족되어야 가능한 이야기겠지만, 과거에 내가 저지른 여러 가지 실수를 주워 담기 위해 노력할 거 같다. 물론 무전을 받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과거 로또 번호를 알려준다 던가, 특정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될 거니 주식을 사라와 같은 속물적인 이야기도 빠질 수 없을 거 같고.

 

과거가 바뀌면 현재와 미래도 바뀐다.

 극 중에서 의도치 않게 과거를 바꾸게 되는데, 이로 인해 현재의 상황도 바뀌게 되는데 누군가의 희생은 막을 수 있었지만, 다른 누군가의 희생 또한 겪게 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니, 하나에 영향을 주면 다른 하나 역시 어떻게든 영향을 받아 바뀌게 됨을 극에서 지속적으로 보여 준다. 우리 역시 늘 과거의 실수를 곱씹으며 후회 가득한 일상을 보내곤 한다. '그러질 말았어야 했는데', '만약 그때 그랬다면 참 좋았을 텐데'와 같은 말이 입에서 늘 주문처럼 머문다. 이 순환 오류에 빠지게 되면 어쩌면 영원히 우린 스스로를 탓하다가 끝날 지도 모른다. 지금 바꿀 수도 없는 그 옛날의 과거에 상처에 아픔만 곱씹으며 오늘을 후회로 채우고 또 과거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냉소와 자조 대신 오늘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먹는 것이 내일을 바꾸는 데 더 효과적임을 드라마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떠다녔다.

 

마치며

 드라마는 주인공 모두가 살아있고,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기 위해 모이면서 끝나는 일종의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는데, 글을 적으며 인터넷을 뒤져보니 2017년즈음부터 시즌 2의 제작 이야기가 나왔고 19년 정도에 확정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김은희 작가가 집필한 몇몇 작품의 흥행 실패, 특히 최근 [지리산]의 크나큰 실패로 인해 명작이라 불리던 시그널의 시즌 2 제작 자체를 아예 반대하는 여론도 보였다. 만약 김은희 작가 본인의 눈앞에 그 무전기가 있고 과거의 자신과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녀는 과거의 자신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과연 시그널의 두 번째 무전은 울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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