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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손님을 내쫓는 직원

by Bookbybooks 2022.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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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통일해주세요

 오늘 점심에 회사 동료와 한 중식당에 들러 주문을 했다가 직원 분의 대답에 기분이 상한 상황을 겪었다. 나는 A 음식을, 동료는 B 음식을 시켰는데, 주문을 받던 직원 분이 말씀하시길

 

 "손님들 메뉴를 하나로 통일해야 할 거 같습니다. 오늘 주방에 사람이 두 명 밖에 나오지 않아서요. 이렇게 두 분이 음식을 따로 시키면 나오는 시간을 맞추기 어려울 거 같네요. 하나로 통일해서 시켜주시거나, 따로 나와도 괜찮으시면 그렇게 시키셔도 됩니다. 근데 어느 메뉴 하나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더 걸릴 텐데 괜찮으실까요?"

 ".... 저희 그냥 나갈께요."

 

 바쁜 점심시간, 오늘이 월요일이기도 하니 오죽했겠는가? 그렇다고 해도 본인 식당에 음식을 먹으러 온 손님에게 다짜고짜 이런 멘트로 기분을 상하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나와 함께 식사를 하러 간 분은 기분이 상해 다른 음식점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계속해서 격한 감정을 쏟으며 다시는 그 식당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생산자 중심의 대답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도 앞 선 식당의 그 직원은 왜 그렇게 응대했을까에 대해 계속 생각이 들었는데, 만약 가게 사장님이 그 모습을 봤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경쟁 가게에서 이런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면 어땠을까? 그 직원 분은 주방(생산자)의 입장에서 손님(소비자)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월요일 점심, 음식 주문(발주)이 몰릴 거 같은 시간에 한 테이블에서 주문이 들어왔는데, 홀(영업) 직원 판단에 현재 우리의 주방 직원(생산 용량)이 몇 명이고 여기서 뽑아낼 수 있는 음식과 소요시간을 봤을 때, 하나로 통일하는 편이 유리하며, 그렇게 안내를 했음에도 변경하지 않을 경우 모든 책임은 손님(고객)에게 있'으니 알아서 선택하라는 것이다.

 

 좀 더 생각을 넘겨짚어보면, 홀(영업) 입장에선 손님의 니즈와 매출 증대를 위해 다양한 주문을 받는 게 필요한데, 그 가게(회사)의 역학 관계가 홀(영업, 서비스)보다 주방(공장, 생산)이 강해서, 주방의 의견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로 짜여 있어 홀이 눈치껏 그렇게 대답한 건지도 모른다. 일부 매출을 포기하면서도 주방의 원활한 운영이 더 중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손님을 내쫓을 필요가 있었을까?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주방의 원활한 운영도 유지하면서 고객도 놓치지 않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았을까.

 

 "죄송하지만, 오늘 주방에 인원이 평소보다 적어서 주문 후에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가능하시다면 같은 메뉴로 주문하시면 그나마 빠르게 받아 드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혹 서류 다른 메뉴를 시키실 경우 각 각 완성 시간이 다를 거 같은데, 그래도 최대한 함께 드실 수 있도록 맞춰보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조정하면 손님 역시 식당을 떠나는 선택지보다는 자리에 앉아서 메뉴 고민을 해볼 거다. 그리고 메뉴를 통일하거나 아니면 따로 시키더라도 어느 정도의 차이까진 감안해서 홀 직원을 닦달하지도 않을 거라 예상된다. 가게 입장에서도 한 테이블이 아쉬운 요즘 매출을 올릴 수 있고, 주방 역시 요리 시간을 감안한 주문이기에 큰 불만은 없을 거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손님이 식당을 떠나는 선택을 한다고 할 지라도 가게를 나가면서 부정적인 느낌을 받지 않고, 다음 방문도 예상할 수 있으니 그리 큰 손해는 아닐 것이다.

 

마치며

 나 역시 일을 하며, 생산자적인 입장에서 손님(고객)을 내쫓는 소통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늘 하던대로, 현재 능력치를 넘지 않는, 부담없는 그 난이도를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의 제안, 요청, 시험 등을 지레 짐작하고 포기하거나 막고 있는 건 아닐까? 짧은 순간에 나눈 이야기었지만, 내 스스로를 돌아보고 직장 내 나의 소통 방식은 생산자 중심인지, 소비자 중심인지를 생각해보게 했다. 그 직원 분의 태도는 아쉬웠지만, 그 덕분에 얻은 생각들은 이렇게 글로 감사히 남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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